자연과 예술이 만드는 장,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놀이마당
무창포 그리고 미술관
무창포 석양 속의 석대도는 깊고 깊은 섬그늘을 드리운다. 그 앞에 서면 말이 필요 없다. 붉게 불타는 노을. 그 붉디 붉은 빛 속의 바다는 사람의 마음마저 타오르게 만든다. 천헤의 자연을 가진 무창포 해변. 무창포 해변은 아름답다. 그리고 여기에 미술관이 있다. 예술은 사람들이 만드는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미적 가치이다. 무창포미술관은 자연속에 인간의 가치, 예술을 담아내는 공간, 마당이 되고자 한다. 만남의 장, 마당, 전시장은 그러한 만남을 이루는 장, 마당이다. 무창포 해변이 아름다운 것은 그 아름다움을 아름답게 보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욱 아름답다. 사람들이 무창포 해변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나듯이 전시장은 사람이, 작가가 형성해 놓은 아름다움을 만나 공유하는, 공감하는 장, 마당이다.
지금 그리고 현대예술
지금, 현재는 지나는 바람의 속도로 변화한다. 기술에 예속되는 인간, 그리고 변화하는 산업구조, 4차산업, 인공지능 AI, 첨단화 하는 기술은 어제와 다른 오늘을 보여 주고 불확실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창의적 사유 도전은 새로운 변화에서 요구하는 기초적인 덕목이다. 예술이 담당하는 것은 그러한 창의적인 인간의 가치의 실현이다. 생각을 생각으로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게 하는 것이 예술작품이다.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관객에 의하여 또다른 꿈을 꾸게 한다. 작가의 상상력이 물질화 되고, 물질화 된 작품은 관객과 만나 또 다른 꿈을 향하게 한다. 그 꿈은 하나가 아니라 관객마다 다른 다양성을 향해 있다.
낯선 시선으로 부터
알 수 있고 늘 보던 것에 사람들은 놀라지 않는다. 관광객과 관객은 낯선 무언가에 놀라고 감탄한다. 저녁놀에 빠져드는 것은 그 낙조의 순간이 하루의 극히 일부분, 짧은 시간에 잠시 왔다 가기 때문이다. 간혹 날씨가 맞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것이 불타는 노을이다. 그러한 점에서 현대미술은 낯선 무엇이다. 늘 있던 것이 아닌 다른 것이며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현대미술, 예술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사람, 동시대의 작가들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 동시대의 작가들이 여기, 지금, 이 당대의 토대 위에서 지금을 응시하며 내일을 꿈꾼다. 그 꿈은 미래를 지향하고 보이지 않는 무엇을 보이게 하고자 한다. 그래서 천천히 들여다보면 지금 이 지상을 통해 미래를 향한 사람들의 의지가 보인다. 간혹 냉철한 현실비판의 시선이 아픈 상처를 건들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상처를 더 아프게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아픔이라는 것을 직시함으로서 지금을 지나 미래를 향하고자 하는 의지의 시선이라고 보여 진다. 진실과 진정성은 고통을 관통하는 시선으로부터 나오며 실존하는 고통을 직시할 때 공감하는 마음이 오고 갈 수 있다고 본다.
놀이의 마당
마당은 하나의 상품을 의무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그냥 구경하고 지나도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걸어와 넓은 공간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나누거나 잔치를 벌이거나 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만남의 공간이다. 전시장은 그러므로 작가의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공간, 나눔의 공간이며, 동시의 놀이의 공간이다. 고통의 시선을 지나며 진정한 삶의 즐거움이 있다. 영겁의 시간의 파도를 마주했던 지금의 무창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없는 변화의 과정 속에서 형성된 지금의 풍경, 아름다움이다. 그 아름다움은 즐겁다. 놀이는 지난 어둠을 지나 만나는 환한 마당에서 즐겁게 펼쳐진다. 놀이마당의 주인공은 관객이며, 작가이며 동시에 여기 사는 지역주민들이다. 모두가 한마당에서 잔치를 벌이는 곳. 전시장이 지향하는 것은 같이, 함께하는 놀이마당이다. 예술이 지향하는 것이 진리라고 한다면 그 지향점을 향해 추구하는 방식은 놀이이다. 놀이 감각을 통하여 진리, 진실에 도달하고자 하는 예술가, 작가의 열망을 무창포미술관은 놀이의 마당으로 담아 내고자 한다. 진리 진실이라는 말은 엄숙하게 다가오지만 그곳에 다가오고자 하는 예술의 방식은 조금은 낯설지만 다른 방식의 놀이이다. 그러므로 여기 무창포미술관에는 즐거운 마음만 가지고 오면 된다. 놀이는 무거운 것이 아니라 가볍고 즐거운 것이다.
무창포미술관 관장 미술학 박사 이호영